클레오파트라, 양귀비 같은 세기의 미녀들이 즐겨 먹었다는 석류는 서양에서는 여성용 과일로 통합니다. 여성의 입맛에 잘 맞는 과일입니다. 보석처럼 빛나는 촘촘한 씨는 부귀와 다산의 상징입니다. 성경에 보면 올리브나무, 포도, 무화과와 함께 풍요와 번영을 의미하는 신성한 과일로 등장합니다.
석류는 우리나라에서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웰빙 아이콘입니다. 여성 호르몬의 전구물질인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석류 씨 100g에 식물성 에스트로겐 함량은 10mg에서 18mg입니다. 과육보다는 씨에 훨씬 더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석류를 생으로 먹는 페르시아 지역 중년 여성은 갱년기 증상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경험합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기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 호르몬제 에스트로겐을 대신하기에는 양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호르몬제 한 알을 대체하려면 석류를 씨까지 남기지 않고 700개에서 800개 정도는 먹어야 합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가장 많이 포함된 식품은 칡입니다. 칡가루에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일종인 아이소플라본이 100g당 6.3kg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갱년기 여성보다는 치아나 잇몸이 약해 고민 중인 사람에게 석류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카테킨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카테킨은 충치의 주요 원인인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의 발육을 억제합니다. 또 충치균이 치아에 달라붙는 것을 막고 치석의 생성 원인이 되는 물질의 활성을 억제합니다. 입 냄새를 없애고 구강 건강을 지켜 줍니다.
녹차에도 카테킨 성분이 함유되어 있기는 하지만 석류에는 카테킨을 비롯한 황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이 녹차나 적포도주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 있습니다. 카테킨 외에도 안토시아닌이란 황산화 성분도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석류에는 비타민C가 풍부합니다. 중간 크기의 석류 한 개를 먹으면 하루에 필요로 하는 비타민C의 10퍼센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비타민C는 치아와 치조골의 결합 조직 형성에 필수적이며 입 안의 상처 치유를 촉진하는 영양소입니다. 그러나 치아를 건강하게 하는 미네랄인 칼슘의 함량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100g당 10mg 정도 함유되어 있습니다.
석류가 치아와 잇몸 건강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양에서는 석류 성분이 포함된 치약이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치아 미백제도 등장하였습니다. 치약 업체들은 석류치약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잇몸이 튼튼해 지고 잇몸에서 피가 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치아를 청결한 상태로 오래 유지할 수 있고 치아 미백에도 효과적이며 치주 농루를 예방할 수 있다고 광고합니다. 일본에서는 치주염 환자의 잇몸에 석류의 꽃받침을 태운 가루나 재를 바르기도 합니다.
또 석류는 입맛을 돋우고 피로를 풀어 주는 역할도 합니다. 최근에는 석류 쥬스가 동맥 경화를 예방해 준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습니다. 석류의 항산화 물질이 혈관을 넓혀 준다는 것입니다. 이 실험에서 석류 쥬스의 항산화 능력은 블루베리, 클랜베리, 오렌지 쥬스나 적포도주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석류에는 엘라직산이라는 천연 항암 물질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어 암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석류이 섭취를 피해야 할 사람은 없습니다. 석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좋은 과일입니다. 하루 한 개에서 두 개 정도 먹는다면 마음 놓고 섭취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폐나 위를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친 섭취는 삼가하도록 합니다. 석류를 고르는 선택 기준은 무게감입니다. 크기보다 가볍게 느껴지면 좋은 석류가 아닙니다. 가급적 무거운 석류를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씨가 전체 무게의 과반수가 넘기 때문입니다. 또 껍질이 얇고 빛나며 흠집이 없는 것을 골라야 합니다.